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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문학동네, 2022 본문

오르골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문학동네, 2022

나풀  2023. 8. 2. 19:40

이 소설집은 전에 읽다가 자동반납된 것을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인데, 다시 빌려서 마저 읽길 잘했다. 

 

52%

우리가 불행을 극복하는 방식은 태연해지는 것이었다. 낫는다는 것을 믿고 그 미래가 이미 도래한 것처럼 굴기. 그렇게 하면 반복되는 불행들을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Note: 이것은 수행성의 개념이기도 한데, 왠지 수행적으로 살려고 해봐야 불행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처럼 들려, 다만 모른척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처럼 들려, 조금 뜨끔했다. 어쩌면 이게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52%

내가 취업에 실패할 때마다 아빠는 "남들 하는 것 좀 봐봐라. 사람이 어떻게 저 좋은 것만 하고 살겠노?"라고 했다. 그런 게 삶인가? 모욕을 견디는 것...... 그렇다면 나는 이제야 겨우 살아가는 흉내를 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56%

물론 좋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별 볼 일 없는 현실을 견디는 데에 도움이 됐다. 미래에는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낙관하는 것. 하지만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미래만 기다리며 현재를 견디는 것은 오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미래 쪽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래는 내가 어서 빨리 지쳐 낙오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미래에는 나를 위한 자리가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만약 미래에 나를 위한 자리와 보상이 마련되어 있다면 지금 내게 그 전조들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낌새와 징조와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Note: 공감가고, 이상하게 조금 웃기기까지 했다. 미래야, 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거니, 다정하게 묻고 싶어진다. 미래야,  미래야, 나를 위한 자리가 없어도 일단 가면 어딘가 비집고 앉아서 쉴 수는 있겠지? 그 정도는 좀 모른척해줘.

 

82%

그런 식으로 사전에는 인간의 온갖 차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애초에 사전이라는 것이 인간행위의 다수 항으로 만든 것이니까 당연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그런 것이다. 그런 말들은, 그런 역사들은 계속 추가되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낳지.

Note: 내가 LLM의 편향들에 대해 느끼는 생각. 현실이 바뀌지 않는데 사전만 뜯어고쳐 봐야, PC스러운 만족감은 잠시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전은 부정확하다고 쓰지도 않을 걸. 하지만 그럼 현실은 어떻게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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