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날벌레들 (91)
나비야 청산 가자
1. 영어공부 7/7 2. 홈트함 3. 책은 인생의 역사(신형철), 사라지지 않는 여름2 읽음. 시작했던 책은 이제 다 끝낸 듯.
어제 오늘 내가 본 나는 내성적이고 뒤에 숨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피하고 부득이 영어로 입을 떼면 더듬거리고 뭐라는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말도 안 통하고 예의 이상의 대화는 하고 싶지 않아 대화 한턴이 끝나면 고개를 돌려버리게 되는 찐따아시안나이든여자. 이런 날이면 늘 겪는 자기혐오.
1. 영어공부 5/7 2. 홈트함 3. 책은 이중작가초롱(이미상),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 읽었고, 인생의 역사(신형철) 읽는 중. 이제 개강이라 소설 읽으면서 지낼 수 있던 시간도 끝난 것 같다.
시내 공원에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었다. 사람 많이 오겠어, 하고 느긋하게 갔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큰 공연이었고, 사람도 엄청 많았다. 양쪽에 대형 스크린을 따로 둘 정도였고, 방송국 카메라도 보였다. 이미 앉을만한 자리는 없어서 공원 올라가는 통로 옆쪽에서 서서 보았다. 앞줄에 선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땀냄새를 맡으며. 공연 중간에 어떤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 오케스트라 앞쪽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플래카드 같은 것을 펼쳐 들었다. 내게서는 무대가 멀고 사람들에 가려지기도 했고, 플래카드도 아마도 노르웨이어로 쓰여져 있었던 것 같다, 해서 잘 볼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인지 깨달은 진행요원이 뛰어나와 플래카드를 신경질적으로 잡아채 끌어내렸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점잖은 방식을 ..
내가 다니는 학교에 한국음식에 엄청 관심이 많고, 잘 만들어 먹는 노르웨이 사람 P가 있다. 근데 그 범위와 깊이가 엄청나다. 각종 김치류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조림, 나물, 생채, 무침, 볶음 등의 밑반찬을 해먹고, 떡, 강정, 묵, 양갱 같은 것도 만든다. P는 또 베푸는 것을 좋아해서 학교에 자기가 만든 음식을 종종 갖고 온다. 어제가 한국의 말복이라고 (듣기 전까지 나는 알지도 못했다) 삼계탕을 비롯해 여러 한국음식을 가져와서 몇몇 학교 사람들과 같이 먹었다. 삼계탕("삼계탕 팩으로 된 거 넣어서 인삼, 당귀, 엄나무, 오가피 같은 거 들어갔어요"라고 했다. 나는 인삼 빼고는 나머지 뭔지도 모른다), 오곡밥("네 종류 넣어서 오곡밥 아니고 사곡밥이에요"라고 했다. 들어간 사곡을 알려주었는데 까먹었..
조별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은근슬쩍 목소리 작은 조원의 의견은 묵살하고 자기생각대로 결과물을 만든다든가, 교수님이 이러라고 그랬잖아 그럼 이렇게 해야지 하는 식으로, 새침한 고등학생 혹은 대학초년생같이 구는 애들이 있다. 그런 아이같은 행동을 보면 내가 이런 어린 애들하고 지금 뭐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 이짓거리 그만해야겠다, 생각하게 됐던 계기.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언젠가 '한국에 있을 때 이렇게 말 못하고 무능한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어'라고 하자, '더 큰 곳에 갈수록 언제나 더 뛰어난 사람들을 보게 되는 거니까'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위로의 의도라는 건 알지만 노르웨이와 한국에 대해 어떤 감각을 갖고 있는 걸까, 조금 웃겼던 기억이 난다. 아니, 그런 생각은 한 적 없는데ㅋ.
1. 영어공부 5/7 2. 홈트 했음 3. 책 읽었음 - 마음에 없는 소리, 새로운 가난이 온다. 일곱 해의 마지막, 사라지지 않는 여름1

노르웨이의 한 버터 브랜드 포장에는 이렇게 노란 꽃들이 그려져 있다. 우유도 아니고 목장도 아니고 대체 왜 꽃이 버터 포장에 있는 걸까, 버터와 꽃이 무슨 관계길래,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그러다 며칠 전 노르웨이 사람과 길을 걷다 의문이 풀렸다. 길가에 이 노란 꽃이 많이 피어있었는데, 어릴 때 아이들과 이 꽃을 가지고 많이 놀았다는 것이다. 이 꽃을 다른 사람의 턱 아래 갖다대면 버터를 좋아하는 사람은 턱이 노랗게 물드는데, 버터를 좋아하는 자기 엄마는 턱이 환히 빛난다고 웃었다. 꽃의 노란 빛이 반사되어 사실 누구나 어느정도는 턱이 물들기 마련이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