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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하고 싶은 것 1 본문

날벌레들

20230224 하고 싶은 것 1

나풀  2023. 2. 25. 02:56

오늘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좀 써보려고 한다. 생각의 정리는 안 되었는데, 그리고 글 한 번 쓴다고 정리될 것 같지도 않지만, 여러 번 쓰면서 곱씹어보다 보면 혼탁한 생각들이 가라앉고 방향이 좀 보이지 않을까. 그랬으면 하고 시도해본다.
 
일단 내 최애 관심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가난과 빈곤, 계급과 계층, 양극화 문제다. 이것은 내가 자라온 환경이 나에게 일부 강제한 관심일 수도 있다. 내가 부잣집에서 자랐으면 이런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예술하면서 아름다운 영혼으로 살았을텐데 이를 부득부득 갈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 문제들은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내가 다룰 수 있고, 다뤄야 할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저마다 고유한 경험들을 축적해가면서 고유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키워갈텐데, 그 문제는 본인만의 것이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인류의 총체적 진보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좀 짜증은 나지만 이것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해야 할 숙제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난과 계급과 불평등 문제는 요즘으로서는 좀 낡고 시대착오적인 문제의식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최소한 나에게라도.
 
다른 한편으로 나는 늘 예술에 매혹되어 왔다. 그것은 내게 말하자면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예술 경험이 환기하는 강렬한 감정, 아름답고 고귀하고 숭고한 무언가가 얼비치는 순간,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켰다. 나는 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학교 때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 보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과 내가 만들어낸 것들 간 거리가 너무 멀었고, 내가 만들어낸 것들의 똥스러움을 견디지 못해서 화들짝 접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 중 하나는 생계를 위한 돈을 최소의 시간을 들여 벌고, 남은 시간은 책 읽고 악기 배우고 그림 그리고 춤추고 극회활동을 하고, 그것들이 쌓이면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만화도 그리고 공연도 하고 연극도 하고 밴드도 하고 그럴 수 있는 삶이다. 아마 북유럽에서 직장을 구하면 그것에서 아주 멀지는 않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워라밸이 어느 정도 보장되니까. IT 쪽은 계속 공부해야 하니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당히 관성적으로 굴러가는 일자리라면. 그런데 이 삶에서는 앞서 말한 나의 '숙제'를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 숙제를 하지 않고 내 마음이 완전히 편할 수 있을까.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전 석사논문은 그것에 대해 내 나름의 답을 써본 것이기도 하다. 나는 좋은 예술작품 (혹은 아름다운 자연풍광 - 미감적 경험이란 말로 이 둘을 섞어 쓴 것에 대해서는 사실 좀 더 생각이 필요하다)을 감상할 때의 고양감은 사람들 스스로에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함, 그것을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등함을 일깨운다고 생각했다. 내가 존엄함을 가지고 있고 내가 다른 인간과 대등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에서부터 현실의 차별이나 억압에 대한 저항도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래할' 다른 사람의 계몽에서 시작되지 않고 언제든 스스로의 자각에서 출발할 수 있는 변화 말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때 이후로 생각이 발전된 게 너무 없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쪽으로는 공부를 너무 안 했다)
 
그래서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예술과, 더 넓게는 지식과 같은 인류의 공공재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는 디지털복제기술이 이러한 비물질적 재화에서는 자원의 경합성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컴퓨터과학이란 분야가 진짜 맨 바닥부터 하나하나 사람들의 손을 얹어 쌓아 올려진 세계라는 것, 또 그에 바탕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과 같은 정신들에 매료되어서 이쪽 공부를 시작했다. 또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정보과학기술이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내가 그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사회가 달려가는 방향의 고삐를 조금은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나는 종종 길을 잃은 것 같다. 정보과학 분야는 워낙 지식의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다 보니, 그것을 배우고 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배우고 하는 사이에 내가 원래 뭘 하려고 했는지를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도 닥친 과제가 없으니까 이런 걸 쓸 여유나 부리는 거지, 과제 마감 있으면 일기 한 줄 쓰기도 버겁다. 또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는, 너무도 당연하고 자명한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곤 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권력분산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일확천금의 비트코인 투기시장으로 변질되었고, 디지털세계의 복제가능성은 자원의 물리적 배제성과 경합성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화를 누리게 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NFT 같은 걸 고안해 디지털 자산에서도 소유권과 재산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식이나 예술 공유 플랫폼은 기술이 없어 못 만들어진 게 아니고, 아니 이미 있지만, 그것이 활성화될 동기 부여가 안 되는 것이다. 지식이나 예술 생산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교환하게 하니까, 자기 노동의 산물을 상품화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처음부터 '내가 쓰는 글은 대가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 보게 해야지', '내가 만드는 음악은 돈 낼 수 있는 사람만 듣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창작물을 만들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창작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혹은 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고, 달리 말해 사회 체제가 강제하는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쓰고 또 이어서)
 
Today, I'm going to try writing down what I want to do in the future. I haven't organized my thoughts yet, and I don't think I'll be able to do it in one post, but I'm hoping that writing and reflecting on them several times will clear up the muddled thoughts and give me some direction.

First of all, my favorite interests are socioeconomic inequality, poverty, class, and polarization issues. This may be something that was kind of forced on me by the environment I grew up in. Sometimes I think that if I had grown up in a wealthy family, I would have been able to live as an elegant person doing art without paying attention to these things. But anyway, I think these are issues that I can and should deal with as someone who grew up in poverty. I think that everyone has their own experiences in life and develops their own interests and problems along the way, and that those problems can be solved in their own way, and that in the end, they contribute to the collective progress of humanity. So it's kind of annoying, but I also feel like it's my homework for the life I've lived. The issues of poverty and class and inequality may be a bit old and outdated nowadays, but I think someone needs them anyway, at least me.

On the other hand, I've always been fascinated by art. The intense emotions that an art experience evokes, those moments when something beautiful, noble, and sublime flashes have always fascinated me. I wanted to be the kind of person who could change the world with art. So I tried various things since I was in college, but the distance between what I wanted to make and what I made was so huge, and I couldn't stand the shittyness of what I made, so I'd quit. But even now, one of the lives I want to live is one where I spend the least amount of time making money to live, and the rest of my time is spent reading books, learning instruments, drawing, dancing, doing theater, playing in a band, etc., and making great artworks. If I could get a job in a Scandinavian country, maybe I could live not too far from that, because there's more or less a work-life balance here. This might be difficult if I'm working in IT, as it requires me to keep studying, but if it's a normal job that I can do with inertia. But in this life, I'm concerned if I'll be able to do my 'homework'. Can I be completely at peace without doing this homework?

It's not that I haven't thought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art and society. My previous master's thesis was a kind of my own answer to that question. I thought that the uplifting feeling of appreciating a good work of art (or, beautiful natural scenery - I need to think more about my usage of mixing the two in the word 'aesthetic experience) reminds people of their dignity as human beings who can feel it, and their equality with other human beings who can communicate it. If people can have the idea that they have dignity and they are equal to others, I thought, then resistance to real-world discrimination or oppression can begin from there. It's a change that does not have to start with the enlightenment of someone else 'who will come', but can start with self-awareness at any time.

But then I feel like I'm lost. in the field of informatics, the update of knowledge is too fast, so while I've been learning and learning it again not to be behind, I often forgot what I originally set out to do. Even now, I can write this since I have no urgent assignments now, if I had them, I couldn't leave a single line here. Also, I've realized in hindsight what is so obvious and clear: technology is not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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