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8 자기증명

이번주는 두고두고 이불킥할 일을 저질렀는데, 여기 굳이 써서 다음에 또 기억날 일을 만들지, 알아서 빨리빨리 잊혀지게 할지 고민이 좀 된다. 간단히 쓰자면, 진로 관련해 어떤 교수님과 면담을 하다가 중간에 눈물이 터져서 결국 수습을 못하고 나온 일이다. 그 분과 딱히 친분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니어서 그 분 입장에선 갑자기 얘 뭐지, 어리둥절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나는 너를 잘 모르는데..' 라는 말까지 들었다ㅋ 며칠은 안 마주쳤으면 했는데 다음날 학교 갔다가 바로 마주쳐서 천연덕스레 인사한 것이 두번째 이불킥을 부른다. 어쨌든 눈물 터진 채로 학교를 나와서 집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쓸 때까지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다음날 아침에는 눈이 팅팅 부어 눈 뜨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음날 생각하고 적당히 좀 하자.

보통 이런 일은 이유없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작은 씨앗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주에 과제 때문에 그룹모임을 할 일이 있었다. 지난학기에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 둘에게 같이 그룹을 하자고 말해두었던 터라, 또 그러자고 답을 들었던 터라, 이번 과제를 어떻게 할지 상의하러 그 중 한 명을 만났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 자기 둘은 자기들끼리 이미 과제를 거의 끝냈고, 그러니 너를 이제 와서 끼워줄 수는 없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는 입장으로 나온 것이었다. 나머지 과제들에 대해서도, 그럼 다음 과제부터라도 같이 하자가 아니라, 네가 원한다면 다음 과제 전에 한 번 만나서 서로 어떻게  과제에 기여할 수 있는지 먼저 얘기를 해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서운함도 서운함이었지만, 여기서는 수업 조모임 하나도 나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낄 수 없나 씁쓸했었다.

아마도 내가 없으면 노르웨이어로 편히 대화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다. 또 자기들 말대로 한 명은 코딩하고 한 명은 보고서쓰고 역할분담이 잘 돼서 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나는 보통 나라면, 하고 생각하고 이해를 해보려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그룹으로 과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수업을 듣는데, 얼굴만 아는 영어 띄엄띄엄하는 외국인이 와서 같은 조를 하자고 그런다 그러면, 음.. 좀 불편은 하겠지만 그래도 예스라고 할 것 같고 (이 외국인을 받아들이면 원래 생각하던 다른 사람과 같이 할 수 없는 게 아닌 이상), 일단 예스라고 했으면 설령 나중에 '우리끼리 하는 게 더 편한데', 혹은 '그냥 우리끼리 후딱 해서 치우고 말자', 속으로 생각하더라도, 어쨌거나 과정과정에 외국인에게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계속 알려주고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그 애들의 행동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섭섭함이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이게 '나라면' 접근법의 문제라는 것은 안다. 

이 작은 티끌이 눈 안쪽에서 계속 까끌거리다가 관련도 없는 일에 생채기가 난 게 아닐까. 모르겠다. 그래도 많은 물 덕에  티끌이 눈 밖으로 흘러나왔다면, 흘려 보냈으면 되었다. 이제는 잊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I did something this week that I might regret and keep thinking about for a while. So I'm not sure whether to write about it here and make it memorable for the future or just let it fade away quickly. Simply put, I had a meeting with a professor about my career, but suddenly I broke down in tears in the middle of the conversation, and couldn't recover. I don't even know the professor that well, so he must have been confused. He even said, 'I don't really know you..' at one point. I was hoping to avoid running into him at least for a few days, but I bumped into him the very next day at school and greeted him as if nothing had happened, which led to my second round of embarrassment. When I left the school with tears dropping, I couldn't stop crying until I got home and got into my bed. The next morning, my eyes were so swollen that it was hard to open them. In the future, I need to think about the next day when something like this happens and try to avoid it.

Usually, it seems like things like this happen for no reason, but if you think about it carefully, there are very small seeds planted. For example, I had a meeting for a group assignment. I had asked two students who took the same class with me last semester to form a group together, and they agreed, so I met one of them to discuss how to do the assignment. However, as we talked, I found out that they had already almost finished the assignment among themselves, so they said that they couldn't include me at this point, but they would help if I needed it. And for the remaining assignments, instead of saying "let's work together on the next assignment", they said, "if you want, let's meet before the next assignment and discuss how we can contribute to the assignment each other." I was a little disappointed with them, but I also felt tired that I couldn't even join a group in the class here without proving my a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