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20230205 이빨이 빠지는 꿈 본문
이빨이 빠지는 꿈을 꿨다. 앞니 사이에 뭔가 낀 것 같아 휴지로 잡아 빼보려 했는데 오른쪽 앞니가 딸려나왔다.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이 여기서는 치과 가기 어려운데, 한국 어떻게 가지, 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아, 알바도 못하겠다,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다 보니 앞니가 없으면 얼마나 바보같아 보일까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은 입술을 다물고 빨리 집에 가서 거울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도시에 지진인지 해일인지가 일어나서 도로 곳곳에 오징어다리들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것들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와 있었다. 그것들을 피해서 가야 했고, 하필 나는 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골목길들을 낮게 날았나 어찌어찌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앞니뿐 아니라 아랫니들도 부스러져 이빨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입에 딱딱한 것이 씹힐 때마다 휴지에 뱉어냈는데 그게 다 이빨 조각이었다. 남은 이빨들이 박힌 윗턱인가 아랫턱인가를 뱉어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아 제발 꿈이었으면 생각했다. 꿈이 아닌 것 같았고, 근데 그쯤 되자 걱정되는 것보다 몰라 씨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꿈을 꿨을까. 꿈을 자주 꾸긴 하지만 보통은 아침나절이 지나기 전에 다 까먹는데 이번엔 이 저녁시간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오징어다리랑 지진은 아마도 요즘 읽는 책 때문이었을 수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는데 거기 지진 얘기도 나오고 좀 그로테스크한 삽화들이 나오니까. 근데 이빨들은 뭐지. 모르겠다. 이빨이 빠지는 꿈은 보통 안 좋은 꿈이라고 하는데, 오늘 겪은 안 좋은 일은 전철역에서 보조가방을 앉았던 의자에 놔두고 차를 탄 일. 오늘 먹을 것들을 담은 가방이었는데, 다시 역에 돌아가보니 가방 안의 것들은 대부분 없어지고 거의 빈 가방만 의자에 걸려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티 안나게 아예 가방째로 가져갔을 것 같은데 누군가 거기 앉아서 어떤 게 가져갈만한가 선별했을 것을 생각하니 좀 웃기기도 했다. 당시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다 들었지만 여기 적어뒀다 굳이 다음에 다시 떠올릴 필요는 없을테니 쓰지 않기로 한다. 이제 집에 가서 뭣 좀 먹고, 오늘치 운동을 하고, 영어일기도 하나 번역기 돌리고, 그러면 이번주차도 새해계획을 지켰다고 쓸 수 있고, 하지만 지도교수님 미팅준비를 안했으니 그걸 밤에 하고, 그러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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