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20230203 국가 본문
어제에 이어서 몇가지 단상들을 써 둔다.
노르웨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을 종종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큰 것 같다. 얼마전 수업에서 다른 학생에게 노르웨이의 계층이동성에 관해 물어봤었는데 그 친구는 노르웨이는 무상교육시스템이기 때문에 social mobility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말했다. 다른 얘기를 하다가 (마이크로그리드와 로컬 민주주의?), 노르웨이에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냐고 물으니, 사실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은 전력망 구축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이크로그리드가 필요없고 아프리카 나라들에 주로 쓰인다고 했다. 노르웨이 전기 요금 이슈가 있지 않냐고, 북부 남부 차이도 크고, 라고 말하니, 남부지역은 유럽 전력망을 이용해서 그렇고, 하지만 정부가 요금 인상분을 90% 이상 보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걔 말이 틀린 건 없는데, 왠지 내 말이 노르웨이를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지나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아니더라도, 어제 얘기도 그렇고, 노르웨이 사람에게 내가 현재 너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물어봤을 때, 완전 만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전쟁 겪고 하는 나라들에서보다는 나은 편이지, 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나는 처음에 이 시각들이 꽤나 신기했는데, 왜냐면 한국에 있을 때 나는 내 삶의 만족도를 생각할 때 다른 나라 사람들을 생각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 주변 사람들의 답변도 대체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특별히 그런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이건 내 세대의 한국인, 혹은 최소한 내가 글로벌한 시선에서 세상이나 사회를 보는 감각이 부족한 걸 보여준다고도 생각한다. 어쨌든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국에 대해 "well developed democratic country"이고 "strong welfare state"라는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인도적 활동들에 대한 관심도, 약간 노블리스 오블리주처럼 우리가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들의 대답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잡을 잃어도, 살 집이 없어도, 공부를 하고 싶을 때, 몸이 아플 때, 국가에 말하면 뭔가 길이 있다는, 국가가 나를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어제 이탈리아에서 온 학생은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남부유럽이 가장 낮을텐데.. 라고 말했다. 아냐, 아프리카 나라들이지, 라고 정정해주었더니, 아 그런가, 라고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전에 스페인에서 온 박사과정 친구에게 농담조로 스페인의 햇살이랑 맛있는 음식들이 그립지 않냐고 했더니, 그립지만 스페인에서는 일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일을 구해도 박봉이고, 스페인의 교수 월급이 지금 자기 박사 월급보다 적다고 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여전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찬란한 시절들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가 살기가 어렵구나.
슬로베니아에서 온, 나와 같이 웨이트리스를 시작했던 친구는 자기가 살던 도시를 사랑하지만, 물가가 점점 오르고 임금은 오르지 않아서 - 그녀 말로는 물가는 노르웨이 비슷한데 임금은 반이라고 했다 -, 노르웨이에서 쉐프 일을 하게 된 남자친구를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나중에 자기가 살던 도시에 가게 되면 가보라고 자신이 전에 일했던, 예쁜 디저트 사진들이 가득한 가게 인스타를 알려주었다.
노르웨이어 수업에서 만난 파키스탄 학생은, 반농담으로 자신은 파키스탄인 모임에 가지 않는다고, 거기 가면 약사들 밖에 없다고 했다. 노르웨이에서 약사가 전문직 비자가 잘 나오기 때문에, 약학을 공부해서 다들 여기 온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다른 소도시에서 온 노르웨이 친구는, 처음 이 도시에 와서 지하철을 탔을 때 여러가지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직장이 있는 중심부에서 지인의 집이 있는 동쪽으로 가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승객들의 옷차림이 바뀌고, 인종이 바뀌고,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신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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