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20230304 스키 본문
집 근처에 작은 스키장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스키장이라고 하긴 했지만 눈 쌓인 언덕과 리프트, 장비를 빌릴 수 있는 창고가 장소의 거의 전부다. 리프트는 안전 바 있는 벤치같은 게 아니고, 쇠막대 끝에 원반 같은 게 달려 있는 형태인데 잡아서 원반에 엉덩이를 받쳐 탄다. (다행히 영상을 찍어놓은 게 있어 사진 첨부) 그리고 장비는 스키와 부츠, 헬멧을 빌려주는데 폴은 없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다들 폴 없이 탄다.
나는 스키는 노르웨이에 오기 전 딱 한 번 타 보았다. 물론 탔다기보다는 스키를 신어보았다, 신고 눈 위를 걸어보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장비를 빌려서 작은 비탈에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폴이 없으니 넘어져도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스키를 벗고 다시 걸어올라가고 하느라 시간이 계속 소모됐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사실 뭘 연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트레이닝도 해준다고 들었었는데 아이 전용이었다. 그래서 발을 A자로 하면 브레이크니 그걸 연습하라는 얘기만 얻어듣고,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연습하는 게 낫겠다 싶어 리프트를 타러 갔다. 리프트도 요령있게 잡아채 엉덩이에 받치는 걸 못해서 잡고 질질 매달려서 갔다. 놓치면 끝장이다, 팔을 덜덜 떨면서. 그러고는 아니나다를까 구르고 구르면서 언덕을 내려왔다. 나는 스키가 이상하게 계속 오른쪽으로 휘어 나가는데 아마 왼발에 힘이 더 들어가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휘어나가면서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눈 쌓인 경계를 넘어서 낙엽과 흙 위로 넘어져 옷이랑 장갑을 다 버렸다. 서러워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간신히 내려왔다. 오늘의 모욕은 이만하면 되었다, 하고 그만 타기로 했지만, 사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틈틈이 와서 연습해보고 싶다. 이런 류의 서투름은 시간이 쌓이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니까. 할 일이 쌓여 있어 내일 또 오지 못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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