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20230813 공원콘서트 본문
시내 공원에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었다. 사람 많이 오겠어, 하고 느긋하게 갔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큰 공연이었고, 사람도 엄청 많았다. 양쪽에 대형 스크린을 따로 둘 정도였고, 방송국 카메라도 보였다. 이미 앉을만한 자리는 없어서 공원 올라가는 통로 옆쪽에서 서서 보았다. 앞줄에 선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땀냄새를 맡으며.
공연 중간에 어떤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 오케스트라 앞쪽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플래카드 같은 것을 펼쳐 들었다. 내게서는 무대가 멀고 사람들에 가려지기도 했고, 플래카드도 아마도 노르웨이어로 쓰여져 있었던 것 같다, 해서 잘 볼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인지 깨달은 진행요원이 뛰어나와 플래카드를 신경질적으로 잡아채 끌어내렸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좀 더 점잖은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 같다. 진행요원 한 명이 무대에 올라가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있는 여자를 안아올려 내려왔고, 다시 두 명이 올라가 플래카드를 들고 앉아있는 남자를 한 쪽씩 안아올려 내려왔다. 그 사람들도 아무 저항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들어올리기 좋게 다리를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일은 침묵 속에서 이뤄졌고, 카메라는 이것을 담지 않았다. 양쪽 스크린만 보아서는 무대에서 뭔 일이 났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 옆에 섰던 사람에게 혹시 플래카드 봤냐고, 무슨 내용이었냐고 물으니, stop the oil finding 이란 의미였다고 알려주었다. 그랬구나. 어떤 환경보호 단체의 시위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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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 행사에 관한 뉴스나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매년 여름 왕궁 공원에서 열리고 방송으로도 송출하는 연례행사 같았다. 내가 노르웨이어가 짧아서인지 시위에 관한 내용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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