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20230322 전철 본문
최근 전철에서 보았던 몇가지 사랑스러웠던 장면을 적어둔다.
멀쑥하게 큰 한 남자아이가 전철문 옆에 기대서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옆으로 찬 주머니에서 실을 조금씩 풀어 가며. 하얀 실 무늬까지 들어간 빨간 무엇이었는데 내가 뜨개질을 잘 몰라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크지 않은 원통형인 것을 보아 넥 워머나 어린 아이의 모자 같은 게 아닐까 추측이 되었다. 여기는 뜨개질을 참 많이들 하긴 하는데 남자아이가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약간은 뻘쭘해하는 느낌으로 한 코 한 코 떠나가는 모습이 예뻤다.
며칠 전에는 전철 창 밖으로 장미꽃 한 송이를 가슴 앞에 받쳐들고 걸어가던 사람을 보았다. 진눈깨비 같은 것이 오던 날이었는데 꽃의 비닐포장이 유난히 크고 부풀어보였다. 쇼핑백에 담아들고 걷는 것도 아니고 한 손에 그러쥐고 걷는 것도 아니고,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 누구나 보이게 가슴 앞에 올려들고 소중한 듯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걸까, 미소짓게 하던 장면.
또 얼마 전에는 전철 안에서 카드게임 연습을 하던 사람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전철에 띄엄띄엄 앉아 가다가 창에 모습이 비쳐서 보게 되었다. 카드를 튀겨 올리거나 화려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는 것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가끔 실수가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연습하곤 했다.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어디에 가는 길일까, 누구에게 보려주려는 걸까, 역시나 미소를 머금었던 장면.
'날벌레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326 스키3 (0) | 2023.03.27 |
---|---|
20230322 국밥 (0) | 2023.03.23 |
2023 새해계획 11주차 (0) | 2023.03.21 |
20230318 스키2 (0) | 2023.03.19 |
20230316 RNN (0) | 2023.03.16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