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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벌레들

20230629 슬리퍼

나풀  2023. 6. 30. 03:52

나는 학교에서 슬리퍼(라고 쓰고 쓰레빠라고 읽는)를 신고 공부를 한다. 내 개인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과 열람실에서 내가 항상 앉는 자리 구석에 슬리퍼를 두고 학교에 오면 갈아신는다. 신발을 벗고 공부든 일이든 하는 것이 훨씬 편해서 포기할 수가 없다. 여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 복장 같은 것에 무관심하니까 아마 내가 맨발로 다닌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알아본다 해도 어 맨발로 다니네, 생각하는 정도겠지, 왜 맨발로 다녀? 물어오는 데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어쨌든 슬리퍼를 신고 다른 연구실에 갔는데 중국학생이 그랬다.

"한국인은 항상 학교에서 슬리퍼를 신더라."

이 친구는 한국에서 석사를 했다. 내가 신기해서 되물었다.

"어, 그게 눈에 보여? 학교에서 슬리퍼 신는 게 한국인만의 특성인가? 몰랐네."

"어, 처음에 한국에 갔을 때 놀랐어. 연구실 옆자리 학생이 학교에 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는 거야. 얘 뭐지 싶었지. 그런데 교수님도 오자마자 슬리퍼를 꺼내더라고. 그때 깨달았지, 아 이건 한국 문화구나."

"하하 확실히 한국에선 학교서든 회사서든 슬리퍼를 많이 신는 것 같아. 일터에서 신는 편한 신발 같은 거지."

"그래 그게 문제야. 한국인은 너무 오래 일해. 일터에선 빨리 일 끝내고 집에 갈 생각을 해야지, 왜 편하게 오래 있으려고 하는 거야."

중국인이면 딱히 남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얘기가 재미있어서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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