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

20230403 영어 발음

나풀  2023. 4. 4. 17:16

노르웨이 친구와 얘기하다 내가 "result"를 발음했는데 걔가 못 알아들었다. 내가 여러 번 다시 말하니 그제서야 "result"를 말하는 거였냐고 처음엔 "regirt"로 들려서 무슨 말인지 몰랐다고 했다. result의 발음은 내 머릿속에선 아마도 /리절트/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친구가 발음하는 것을 들어보니 /리솔`트/에 가까웠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친구는 덧붙여 강세를 확실히 주면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어에서는 한 단어/문장의 모음들에서 강세를 두고 안 두고의 차이가 더 분명하다고 했다. 영어에서 강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말할 때는 익숙하지 않다 보니 잘 적용을 못 한다. 이런 교정을 들을 일이 없어서 참 좋았다. 잘 기억하면 좋을텐데..

언젠가 학생식당에서 처음 만난 아시안 학생과 잠깐 말을 했는데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다른 한국인 학생의 영어에서 들었던 억양이 느껴졌다고 했다. 하긴 나도 그 친구가 말할 때 중국인이구나, 를 느꼈으니까. 나는 전형적인 조금 올드한 토종 한국인 영어발음을 구사한다고 생각한다. 내 영어발음은 내가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세대, 나의 계급, 나의 교육을 그대로 드러내고, 글쎄, 그것은 가끔 즉각적인 부끄러움을 내게 안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