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
20230310 좋은 기억
나풀
2023. 3. 11. 23:12
이번주에는 안 좋은 일을 겪었는데, 그것을 쓰려다가 다른 좋은 기억을 쓰기로 한다. 안 좋은 일을 되새기면서 심신을 혹사시키는 것이 요즘으로서는 좀 버겁다.
얼마전에 어떤 모임 자리에서 작년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E를 만나 석사논문 뭐 쓰고 있냐 뭐 쓸 거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윤리, 편향, 공정성, 사회적 영향 이런 데 관심이 있는데 이런 쪽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우리 연구그룹에는 없어서 지도교수 찾기가 좀 어렵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E가 나를 찾아와, 자기가 오늘 정보학과에서 하는 세미나를 들었는데, 거기서 A와 B라는 교수가 윤리적 이슈 쪽으로 연구를 하는 것 같더라, 고 말해주었다. 나는 정보학과 소속이지만 내 프로그램의 연구그룹 일원을 지도교수로 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직접적으로 그 정보를 활용할 방법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기억하고, 관련된 정보를 접했을 때 그걸 직접 찾아와 알려주었다는 것이 정말로 고마웠다. 이것은 여기서 진짜 기대하기 힘든 친절이다. 이야기를 듣는 눈 앞에서 같이 걱정해주는 것까지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닐지 몰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것, 또 나중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를 떠올리고 내게 다시 알려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레벨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나중에 이곳을 어떻게 떠나게 되더라도 E에게 고마웠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다. (그런데 연락처를 모른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