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

20230201 파트타임 잡 끝냄

나풀  2023. 2. 2. 01:44

웨이트리스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노티스 기간이 최소 2주는 될 줄 알았는데 의사를 밝히니 이번주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했다.

일을 계속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주된 이유는 세일즈를 해야 하는 것과 몸이 고된 것 때문이었다.

이윤이 많이 남는 술과 음료류를 많이 팔 수 있도록 손님에게 계속 음료를 (더) 마실지 물어보도록 교육을 받는데, 그걸 하는 게 너무 불편했다. 우리는 당신을 돈 내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말할 때마다 아주 작은 자괴감, 또 상대의 시선으로부터 오는 아주 작은 모멸감이 있었다. 내가 손님이라면 필요하면 알아서 더 시킬테니 가만히 좀 놔둬라, 싶을 것 같은데. 이걸 다른 친구에게 말하니, 손님하고 인터랙션하는 게 힘들다는 거야? 라고 했다. 이게 인터랙션인가? 하긴 내가 이런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고, 여기 오는 사람들은 음료잔이 비워져가면 알아서 계속 다른 걸 더 마시고 싶지는 않은지 물어봐주고 채워주는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손님이라면, 같은 생각 따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손님이 아니니까. 내 개인인격과 일하는 사람을 분리하고, 일하는 사람은 가게의 목적을 위해 고용된 로봇이고,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지시받는 일들을 수행하고, 설령 모욕을 받는 일이 있어도 (딱 한 번 불쾌한 농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음식 남은 접시를 치우려니까 '그거 이따 밤에 먹으려고?' 라고 했다. 그 사람의 전후 태도로 보았을 때 그것이 악의는 없는, 단지 잘못된 농담인 것은 알았지만,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로봇이 받는 거고 내게는 타격을 미치지 않는다,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몸이 너무 힘들었다. 7시간 여를 한번 앉지도 못하고 계속 서서 일하고 집에 오면, 당시에는 너무 바빠서 피곤하다는 생각도 안 들지만, 다음날 한낮까지도 계속 누워있곤 했다. 요청하면 물론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휴식장소라고는 스탭들이 옷을 갈아입고 짐을 놔두는 창고 옆의 한평 남짓한 작은 방이고, 내가 하던 일만 잠깐 멈추고 쉬러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맡던 테이블들을 다른 스탭에게 맡기고 가야, 또 그러기 위해선 현재 테이블 상황을 다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에, 미안하고 번거로워서라도 쉬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바짝 몰아서 일하고 집에 가서 푹 쉬자,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래서 많은 스탭들이 휴식시간 없이 일했다. 여기서 일하면서 근로 중의 휴식시간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짧게라도 말이다. 스탭들 모두가 시프트 중에 꼭 쉬어야 한다면, 휴식환경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노르웨이 노동법이 휴식시간을 권리로 보장한다고만 한 이유는 뭘까? 개인의 자유에 맡길 문제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하지만 개인이 (반)자발적으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휴식없이 7-8시간을 육체노동하는 것은 사람의 건강을 손상시키지 않나? 법은 그런 경우를 막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나?

나는 그만두겠다고 할 때 내가 이 일에 잘 맞는 핏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위에 썼던 얘기 같은 것은 하지 못했다. 이런 얘기는 일기장에나 쓰는 사람이라는 게 나를 부끄럽게 한다. 거기서 일하는 스탭들은 대다수가 20대 남짓 되어 보였다. 지금은 체력과 건강이 갈려나가는 것도 모를 나이겠지. 모르겠다. 내가 괜히 유난을 떠는 걸까. 그들은 그럴 지도 모른다. 나는 학교 다니면서/다른 일 하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큰 불만 없이 이 알바하고 있는데 너 혼자 괜히 웬 청승이냐고. 그 나이에 여기 와서 알바하고 있는 네가 구제불능인 거지 나랑 엮이려 들지 말라고. 이런 생각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마도 나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하는 익숙한 사고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