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

20230115 파트타임 잡 트라이얼

나풀  2023. 1. 16. 07:26

금요일과 토요일에 파트타임 잡 트라이얼을 갔다. 면접때 매니저는 세일즈를 이야기했었지만, 너무 바빠서 세일즈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보고는 아직 주문을 받지 말라고 해서 그 외의 일들 - 테이블 세팅, 메뉴 갖다주기, 음식 갖다주기, 물 따라주기, 그릇들 치우기, 계산서 갖다주고 지불 처리하기, 테이블 정리, 냅킨 접기 등을 했다. 이렇게 쓰니까 별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대규모 단체손님이 있어서 엄청 바쁘고 피곤했다. 예전에 런던 스시집에서 일했을 때는 근무 중에 휴식시간을 한 번 줬고 그때 회전벨트 위의 음식이나 바쁘지 않으면 키친스탭에게 부탁해 따뜻한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그게 근무시간에 포함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포함되었던 것 같다. 주간 근무시간을 계산할 때 휴식시간을 따로 뺐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스탭들끼리 서로 그 정도 편의를 봐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것은 없었다. 노르웨이 친구에게 물어보니 8시간 이상 일해야 30분 무급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 시프트는 보통 하루 6~7.5시간쯤 된다. 노르웨이 노동법을 찾아보니 5.5시간 이상 일하면 한번의 휴식을 가질 권리가 있고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8시간 이상 일하면 총 30분 이상의 휴식시간 권리가 주어진다고 한다. 휴식시간은 유급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휴식시간에 작업장에 있어야 하면 그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된다(https://www.arbeidstilsynet.no/en/working-conditions/working-hours/). 그러니까 여기서도 자기가 요청하면 휴식시간을 가질 수는 있는데, 그 시간을 엄밀히는 노동시간에서 제외해야 하다 보니까 그냥 휴식시간 없이 일하고 여유가 있으면 중간에 알아서 적당히 쉬곤 하는 것 같다. 한국 노동법은 4시간 이상 노동시 30분 이상, 8시간 이상 노동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 물론 안 지켜지거나 무급인 휴식시간에 일을 시키는 식으로 악용하는 곳들도 많겠지만. 식당에서 일하기로 한 데는 적어도 밥은 넉넉히 먹을 수 있겠지, 생각한 것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7시간을 물 한 잔 마시고 일했다. 한국처럼 밥에 민감한 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음식값이 비싸서도 그렇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대체로 먹는 것에 무심한 것 같다. 이것도 스탭들이 자기가 알아서 적당히 챙겨먹는 것일까?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일 수 있다. 그래도 트레이닝 과정에서 식사에 관한 아무 언급이 없다는 것은 그런 필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것인데, 사람이 예닐곱시간을 계속 일하자면 배고플텐데, 같은 생각이 안 드는 걸까? 얘들은 진짜 배가 안 고픈가?

(*=> 내용추가: 나중에 계약서를 쓰면서 휴식시간과 식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5.5시간 근무 후 30분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고, 요청하면 쉴 수 있다. 대신 무급이고, 그래서 대부분 스탭은 휴식시간을 쓰지 않는 편이다. 식사는 약간의 돈을 내면 쉐프가 만들어주는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것은 레스토랑 메뉴에 있는 음식은 아니고, 레스토랑 메뉴 음식은 30% 할인가로 먹을 수 있다. 받은 음식은 휴식시간을 요청해 먹거나, 보통은 근무를 마치고, 혹은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가져가 먹는다. 추가로 휴가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노르웨이는 일년 25일의 휴가가 보장되고, 나는 50% 파트타임 노동자이므로 절반의 휴가일수가 보장된다고 했다 - 찾아보니 더 정확히는, 파트타임 노동자도 년 25일의 휴가가 보장되고, 대신 휴가수당이 50% 주어지는 듯하다. 즉 연 25일 휴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나, 유급 휴가일수는 일하는 비율에 비례하는 셈이다. 그러나 휴가수당이 전년도 급여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일하는 첫해에는 휴가는 쓸 수 있으나 휴가수당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https://frifagbevegelse.no/foreign-workers/when-can-i-take-my-holidays-here-are-10-questions-and-answers-6.539.886392.cd8736921f 이것은 좀 이상하다.)



트라이얼 중에 기억에 남았던 장면 몇 가지를 적어둔다.

1. 플로어스탭 중에 머리를 틀어올리고 화려한 주얼리를 한 중국인이 있었다. 30대 매니저쯤 되겠거니 생각하고 비는 시간에 같이 냅킨을 접으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사람이 작년 크리스마스때 시험이랑 시프트를 같이 병행하느라 정말 바빴다고 하면서 살짝 웃는데, 그 웃음이 아직 세상에 갈려나가지 않은 사람의 웃음이었다. 아, 이 사람 어리구나, 싶던 순간. 자기는 열여덟살인데 나보고 몇살이냐고 묻길래 내가 깔깔 웃으며 세상에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나는 나이가 상당히 많고 실은 네 엄마뻘쯤 된다고 나이를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자기 엄마는 나이가 진짜 많아서 그만큼은 아니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큰오빠 또래인 것 같다며 새해가 되었으니까 자기도 열아홉이라고 나이를 정정해 말해주었다.

2. 나이가 꽤 있으신 듯한 노부부 한 쌍이 와서 디너 코스 요리를 드셨다. 할아버지가 몸이 조금 불편하셔서 식사를 할 때 테이블에 음식을 약간씩 흘리셨다. 할머니가 부드럽게 웃으며 코스가 바뀔 때마다 테이블을 깨끗이 닦아주길 부탁하셨다. 토요일은 손님도 많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그다지 넓은 편도 아니어서 불편하고 시끄러우셨을텐데, 게다가 퓨전아시안 음식이니 당신들 입에 맞지 않으셨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가셨다.

만약 내가 이 일을 계속 한다면 학교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보기 어렵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