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4 내 주변의 아시아인들
제목을 쓰면서 보니까 오늘이 벌써 4일이다. 구직활동과 관련된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하루에 한 개 원서도 채 쓰지 못하는 나의 구리디 구린 효율 때문일 거다.
마이너필링스 때문인지 내 생활반경에서의 아시아인들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나도 아시아인들을 보면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아시아인은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인이다. 보통 그 정도를 나와 비슷한 인종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떠올리는 첫번째 사람은 저녁마다 도서관에 캔을 수거하러 오는 아저씨다. 노르웨이에서는 캔이나 페트병에 보증금pant이 있어서 상품을 살 때도 pant를 추가해 지불하고 나중에 캔이나 병을 반납하면 pant를 되돌려받는다. 하나에 보통 2-3크로네, 즉 300-500원쯤 한다. 이것도 많이 모이면 제법 돈이 되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공원같은 곳에서 종종 빈 병이나 캔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 아저씨는 학교 도서관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밤 9시나 10시쯤 도서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오면 와서 도서관 층들을 돌면서 빠르게 캔이나 병들을 수집한다. 도서관 간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전에 살던 도시에서는 이렇게 전문적, 정기적으로 캔을 수거하러 다니는 사람을 (내 생활반경에서는) 못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서관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이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일까, 궁금해했었다. 지금도 나는 이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까, 왜 정기적으로 캔을 주우러 다니 궁금하다. 이 사람은 학생인데 알바를 하는 것보다 더 효율이 좋은 용돈벌이 수단으로 이 일을 택했다고 상상해본다. 한 번 도서관들을 돌아 100개쯤 수거한다 치면 2-300 크로네, 3-5만원 정도를 30분 정도 시간을 들여 버는 거니까 나쁘지 않다. 보통 알바 시급이 180크로네 전후라고 들었다. 나는 캔을 가지러 온 이 사람과 마주치면 대충 모른 척 시선을 피한다. 그냥 그게 그 사람한테 더 편할 것 같아서. 하지만 이것은 남의 눈을 신경쓰는 나 같은 사람이나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음료수를 다 먹고 캔을 쓰레기통 안이 아니라 그 주변에 올려둔다. 캔을 줍는 사람이 가져가기 편하라고 그러는 것 같다. 저런 시선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캔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이었다면 저 일은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이 했겠지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한국의 부족한 사회안전망,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층의 빈부격차를 환기한다. 그런 현실에서는 노인들이 가져가기 좋게 폐지를 잘 묶어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아시아인들은 다음 기회에)